막방비
BTS_Rap Monster
작성시간2016.11.08 조회수2736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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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탄이 막방을 했습니다. 막방을 했고, 비가 내리는데요.
꼭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오는군요
외로움을 조금 알게 되고서부터였던가 언제부터였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, 비를 퍽 좋아하게 돼버렸어요.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우산 없이 나가서 혼자 추적추적 맞으며 돌아다니는 짓도 자주 했답니다. (사실 요즘도 가끔 그러지만)
비는 음악과 참 닮았어요. 그때그때 배경에 따라, 상황에 따라 표정을 바꾸고 시사하는 바가 다르죠. 오롯한 슬픔의 확장일 때도 있고 그 정반대일 때도 있고 또 정화, 휴식, 쓴웃음 등등.. 그래도 비냄새는 참 한결같이 좋아합니다. 먼지가 씻겨내려가는 중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
지난 몇 년동안, 항상, 비에 관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(Rain이 있지만.. 보다 온전한 저의 버전으로). 아직 실현하지 못했는데..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도 비에 대한 노래가 아주 많거든요. 에픽하이 형들의 우산, Let It Rain, 윤하 누나의 빗소리, X-Japan의 Endless Rain, FreeTEMPO의 Rain, Razah의 Rain, 김현식 선생님의 비처럼 음악처럼 등등.. 정말 많죠. 그만큼 비는 기꺼이 누군가의 뮤즈가 돼줘요
그리고 세상은 비 덕분에 조금 더 살만해지는 거죠.
어릴 때는 과학책에서 배우는 내용-지구의 물의 양은 일정하고 그것이 바다가 되고 강이 되고 비가 되어 지구를 돌고 돈다는 사실-이 너무너무 신기했어요. 지금 내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이 저 멀리 히말라야 산맥에서 왔을 수도 있다는 게. 끊임없이 섞이고, 나뉘고.. 나도 저 빗방울들처럼 살면 좋겠다, 하다가도 빗방울이 만약 외로움을 안다면.. 좀 안쓰럽기도 하고. 왔다갔다.
아무튼 내리는 비처럼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한 달이었습니다. 벌써 막방을 해버렸다니 도무지 도무지 잘 믿겨지지가 않네요. 진부한 소리지만 이번엔 정말 더 그래요. 나와 그대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비가 내린 4주였었죠
세상은 그 비를 '몇 년만의 한국 최고의 강수량', '최초의 어떠어떠한 비', 'x00mm'와 같은 말들로 기록할 것이고 물론 그것도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, 단순히 우리의 비가 그런 숫자들로만 남을 수는 없는 거에요. 그건 우리만 아는 거죠. 이 비 전에 또 무수한 비들이 내렸었고, 우리의 눈에도, 그대의 눈에도, 그리고 무대에 설 때마다 내 몸에도 늘 비는 내리니까요. 매순간 홍수들과 파도들이 몰아치고 있어요.
지금 이순간 내가 저 먼 곳 어드메가 아니라, 여러분과 여기서 섞여 내릴 수 있는 빗방울이라서 참 좋아요. 그래서 우리가 여러 숫자들로만 남기 싫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.
가수는 제목 따라간다고. 노래제목처럼 이 비에는 저와 여러분의 피, 땀, 눈물이 다 들어있으니까요.
지금 빗소리를 잘 들어보세요!
뭐라고 말해주는가요.
P. S. 조금 느끼했다면 미안해요. 그래도 막방이니까! 나의 막방 소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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